김성은 목사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전하며, 말씀으로 세상을 밝히는 사명을 붙잡고 있습니다.”

시내산 언약과 성막_하나님의 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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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 후반부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 구원받은 후 시내산에 도착하여 하나님과 언약을 맺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율법과 십계명을 주시며, 그들이 이에 순종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어 세상에 하나님의 복을 전파하기를 기대하십니다. 이 언약의 중요한 부분은 성막인데, 이는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처럼 백성 가운데 임재하실 수 있는 장소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금송아지 우상을 숭배하여 언약을 깨뜨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모세의 중보로 하나님은 약속을 지키기로 하시지만,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에 깊은 문제가 남게 됩니다. 결국 출애굽기는 모세가 완성된 성막에 들어가지 못하는 장면으로 끝나며, 이는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암시하고 다음 책인 레위기로 이어집니다.

하나님의 집, 그 문 앞에서 멈춰선 이스라엘

출애굽기가 던지는 미완의 질문

많은 이들에게 ‘출애굽기’는 이집트 노예 생활에서의 극적인 탈출, 즉 ‘출애굽 사건’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이 위대한 구원의 이야기는 책의 전반부에 불과합니다. 출애굽기의 후반부(19-40장)는 광야 한가운데 시내산 아래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그분의 임재를 위한 성소를 짓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여정은 하나님의 깊은 갈망과 인간의 연약함이 교차하며,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시내산에서의 언약: 파격적인 초대와 거룩한 책임

시내산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은 격렬한 폭풍과 구름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합니다. 이 압도적인 경험 앞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그분과의 특별하고 친밀한 관계로 초대하시는데, 이를 ‘언약’이라고 부릅니다. 이 언약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법적인 협약과 같았습니다. 이전까지 하나님은 그저 신뢰만을 요구하셨지만, 이제는 십계명을 비롯한 구체적인 율법에 대한 순종을 요구하셨습니다.

이 순종의 대가로 주어진 약속은 놀라웠습니다. 이스라엘이 율법을 지킨다면, 그들은 열방에 하나님을 대변하는 ‘제사장 나라’가 될 것이었습니다. 이는 과거 아브라함에게 그의 자손을 통해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것이라 하신 약속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높은 기준의 율법에 순종하기로 동의했지만, 정작 하나님의 임재 앞에 직접 나아가는 것은 두려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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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임재를 위한 공간, 성막

백성들이 두려움으로 인해 산에 오르지 못하자, 하나님께서는 "내 백성이 나를 만나러 올라오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와 함께하기 위해 이 산에서 내려가겠다"고 말씀하시며 모세에게 특별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임재가 백성 가운데 머물 수 있는 정교한 성막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출애굽기는 무려 7장에 걸쳐 이 성막의 설계도를 상세히 묘사합니다.

이 성막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내부는 에덴동산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가득했는데, 이는 인류의 반역으로 깨졌던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과 그분의 임재 안으로 다시 들어감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성막은 하나님께서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당신의 백성 가운데 거하시려는 의지의 가시적인 표현이었습니다.

깨어진 약속: 금송아지 사건의 비극

하지만 이 거룩한 계획이 완성되기 전,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모세가 십계명과 성막 설계도를 받기 위해 산에 머무는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언약을 맺기가 무섭게 그것을 깨뜨립니다. 그들은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숭배함으로써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내게 두지 말라"와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언약의 첫 두 계명을 정면으로 위반했습니다.

하나님은 진노하시며 이 백성을 진멸하고 모세와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때 모세는 아브라함과의 약속을 상기시키며 백성을 위해 간절히 중보합니다. 이 대화는 하나님께서 약속을 잊으셨다는 의미가 아니라, 백성의 반역에 대한 하나님의 깊은 애통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약속에 신실하기로 선택하시는 그분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문턱을 넘지 못한 지도자: 출애굽기의 역설적 결말

이스라엘의 회개와 노력 끝에 성막은 마침내 완성되고, 약속대로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임재가 그곳을 가득 채웁니다. 그러나 출애굽기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토록 하나님과 가까웠던 지도자 모세조차 성막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역설적인 결말은 금송아지 숭배 사건으로 인해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여전히 깊은 문제가 남아있음을 상징합니다. 백성의 죄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모욕한 행위였고, 그 결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거룩한 임재 속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출애굽기는 구원받은 백성이 어떻게 거룩하신 하나님과 함께 거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끝납니다. 성막은 지어졌지만, 그 문은 닫혀있습니다. 이 닫힌 문을 어떻게 열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온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이 미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 책인 레위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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