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목사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로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전하며, 말씀으로 세상을 밝히는 사명을 붙잡고 있습니다.”

신약성경과 그리스어

신약 성경이 그리스어로 기록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경전인 구약 성경이 히브리어로 기록된 것과 달리, 신약 성경은 유대인의 언어인 히브리어나 아람어, 혹은 당시 로마의 공용어인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로 기록된 이유를 그리스 문화의 위상과 헬레니즘 문화의 확산이라는 맥락에서 설명합니다. 또한, 신약 성경이 사용된 그리스어는 고전 그리스어가 아닌 코이네 그리스어로, 이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활동으로 인해 보편적으로 사용된, 보다 쉬운 형태의 그리스어였음을 강조합니다.

오늘은 신약성경이 어떤 언어로 기록되었으며, 왜 하필 그 언어로 기록되었는지에 대해 깊게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성경은 우리말이나 영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된 것이지만, 이들은 원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신약성경의 원본은 과연 어떤 언어로 쓰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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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의 언어적 배경

먼저 구약성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경전인 구약은 에스라와 다니엘서의 일부를 제외하면 주로 그들의 언어, 즉 히브리어로 기록되었습니다. 자신들의 경전을 자신들의 언어로 기록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신약성경은 구약과는 달리 히브리어로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 사용했던 언어(아람어)로 기록된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과 그의 첫 제자들은 유대인이었으며, 그들의 일상적인 언어는 고대 시리아의 언어인 아람어 [mfn]==아람어는 기원전 8세기 중반부터 아시리아 본토에서 아카드어와 더불어 공식어가 되었다. 기원전 500년경 아케메네스 페르시아는 광대한 제국에 사는 모든 민족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찾다가 아람어를 선택했다. 기원전 마지막 시기에 히브리어가 수메르어처럼 사어(死語)들의 천국에 합류한 후 아카드어가 서서히 죽어가고 그리스어가 지식층의 전유물이었을 때 아람어는 인도에서 이집트까지, 캅카스에서 아라비아까지 말로 사용되고 글로 기록되며 읽히고 있었다.==[/mfn]였습니다. 예수님 시대 갈릴리 지역의 유대인들은 아람어를 모국어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신약은 아람어로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예수님 시대의 팔레스타인은 로마의 식민 통치를 받고 있었습니다. 기원전 31년 악티움 해전에서 로마가 승리한 이후 지중해 세계 전체를 장악하게 되었고, 라틴어는 로마 제국의 공용어가 되었습니다. 신약성경이 기록된 1세기에서 2세기 당시에도 라틴어는 공식 문서 등에 사용되는 공용어였습니다. 그런데도 신약성경은 라틴어로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신약성경은 바로 그리스어, 흔히 헬라어 또는 희랍어라고 불리는 언어로 기록되었습니다. 왜 유대인인 예수님의 메시지를 담은 신약성경이 유대인의 언어나 로마의 공용어가 아닌 그리스어로 기록되었을까요?

2. 신약성경이 그리스어로 기록된 이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시 로마 제국의 문화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로마의 그리스 문화 숭상: 로마인들은 자신들이 도시국가였을 때부터 그리스 문화를 매우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리스는 철학과 문학, 예술의 본고장이었으며, 로마인들은 문학 활동에 가장 적절한 언어가 그리스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그리스 문화에 열광했고, 심지어 그리스를 정복한 이후에도 자식들의 스승을 그리스 노예들 가운데서 찾을 정도였습니다. 로마는 정치적으로 그리스를 정복했지만, 문화적으로는 그리스에 "총복당하였다" 고 비유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조선 시대에 한글이 있었음에도 배웠다는 사람들이 문학 작품을 쓸 때 여전히 한자를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신약성경은 ‘문학’으로 분류: 신약성경은 당시의 ‘공식 서류’ 가 아니라 ‘문학’ 으로 간주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문학적 표현에 그리스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신약성경은 히브리어나 아람어, 라틴어가 아닌 그리스어로 기록된 것입니다.

초기 기독교 저술가들의 언어: 신약성경이 기록될 당시, 초기 기독교의 저술가들 역시 모두 그리스어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라틴어로 저술 활동을 시작한 최초의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는 기원후 200년경에 활동했는데, 이는 신약성경 기록 시기보다 훨씬 뒤의 일이었습니다.

3. ‘코이네 그리스어’의 특징과 신약성경

그리스어는 시대별로
1. 원시 그리스어
2. 고대 그리스어
3. 코이네 그리스어
4. 중세 그리스어
5. 현대 그리스어
로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됩니다. 신약성경은 이 중 ‘코이네 그리스어’ 로 기록되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어: 우리가 잘 아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이나 호메로스, 헤로도토스 같은 작가들이 사용했던 언어는 ‘고대 그리스어’입니다. 특히 기원전 5세기와 4세기의 그리스어는 ‘고전 그리스어’라고 불립니다.

코이네 그리스어의 의미와 등장 배경: ‘코이네’라는 형용사는 ‘코이노스(κοινός)’의 여성형으로, 그 뜻은 "공통의, 일반적인" 이라는 보편적인 의미와 더불어 "속된, 불결한, 더러운" 이라는 다소 낮고 대중적인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코이네 그리스어의 등장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활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기원전 4세기에 알렉산드로스는 제국을 크게 확장하며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아시아까지 진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문화와 페르시아 문화가 융합된 헬레니즘 문화가 형성되었고, 그리스어는 정복 지역의 공용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때 사용된 그리스어는 선조 때부터 그리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던 사람들의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막 낯선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리스어였습니다. 오늘날 인도나 필리핀에서 영어가 공용어로 사용되지만, 원어민의 영어와는 차이가 있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이네 그리스어의 특징과 신약성경: 코이네 그리스어는 고대 또는 고전 그리스어보다 쉬운 언어였습니다. 문장 구조도 단순했습니다. 이는 그리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언어였음을 의미합니다. 신약성경은 바로 이러한 쉬운 코이네 그리스어로 기록됨으로써, 유대인을 넘어 전 세계에 복음이 확산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4. 신약성경 번역의 중요성

물론 헬레니즘 문화권에 사는 모든 사람이 그리스어에 익숙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언어는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오늘날 그리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코이네 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성경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워 현대 그리스어로 번역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리스어로 기록된 신약성경은 이후 라틴어, 콥트어, 시리아어, 아르메니아어, 에티오피아어, 고트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지구 반대편의 우리말을 포함한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읽히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신약성경이 코이네 그리스어로 기록된 것은 단순한 언어 선택을 넘어, 당시 로마 제국의 문화적 배경, 그리스어의 문학적 위상,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활동으로 확산된 ‘코이네 그리스어’라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언어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신약성경은 당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록됨으로써, 더 넓은 지역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이 효과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