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전반부는 이스라엘 민족이 야곱의 가족 70명으로 이집트에 들어와 번성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새로운 파라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번성을 위협으로 느끼고 그들을 노예로 만들고 남자아이들을 죽이려고 합니다. 모세는 나일강에 버려져 파라오의 궁에서 자라나지만,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파라오와 대결합니다. 10가지 재앙을 통해 파라오의 마음이 완악해지고 결국 이집트의 장자들이 죽임을 당하는 유월절이 일어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어린 양의 피로 보호받고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를 건너 광야로 향하지만, 곧 하나님과 모세에게 불평하기 시작하며 이야기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1-18 구원과 반역의 서사시: 출애굽기 전반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성경의 두 번째 책 출애굽기는 창세기의 마지막 장면, 즉 야곱의 가족 70명이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이주하는 이야기에서 그 막을 엽니다. 총리가 된 아들 요셉 덕분에 안전한 피난처를 얻었던 이 작은 가족은, 40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하나님의 약속대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가득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인류에게 주셨던 첫 번째 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 축복은 곧 거대한 위협으로 변모합니다.
에덴의 복을 거스르는 최악의 반역자, 바로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로운 바로는 번성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축복이 아닌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합니다. 여기서 인류는 또 다시 하나님의 복에 반역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바로는 성경 역사상 최악의 인물 중 하나로 묘사되는데, 그는 자신의 유익을 위해 선악을 재정의하고 심지어 죄 없는 아이들을 나일강에 던져 죽이는 것을 선으로 여기기까지 합니다. 그의 왕국은 하나님께 반역한 인류의 전형이며, 이집트는 창세기의 바벨보다 더 악한 곳이 된 것입니다.
1-4 하나님의 역설적 응답: 구원자 모세의 등장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에 하나님은 응답하십니다. 그 방식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바로가 이스라엘 남자아이들을 죽이라고 내린 악한 명령을 역이용하여, 하나님은 한 아이를 구원하십니다. 갈대상자에 담겨 나일강에 띄워진 아이는 바로의 가족에게 발견되어 ‘모세’라는 이름으로 자라납니다. 하나님은 바로의 악을 통해 장차 바로를 심판할 도구를 그의 궁전 안에서 직접 키우신 것입니다. 훗날 모세는 타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나 이스라엘을 구원하라는 소명을 받게 됩니다.
5-15 ‘완악함’의 두 얼굴: 바로의 선택과 하나님의 심판
출애굽기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로의 ‘완악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 완악함은 두 단계로 나타납니다. 첫 5가지 재앙 동안에는 바로 스스로 마음을 완강하게 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합니다. 하나님은 재앙을 통해 바로와 이집트의 신들이 거짓됨을 폭로하시면서도, 그에게 계속해서 옳은 일을 할 기회를 주십니다.
하지만 바로가 계속해서 기회를 거부하자, 이후 5가지 재앙에서는 하나님께서 직접 그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시기 시작합니다. 이는 그의 악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며, 하나님은 이제 바로의 완악함마저 당신의 구속 사역을 이루는 도구로 사용하십니다.
유월절과 홍해: 공의와 자비가 만나는 구원의 정점
마지막 열 번째 재앙은 바로가 이스라엘의 아이들을 죽인 것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보응으로, 이집트의 모든 장자를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무서운 심판 속에서 자비로운 탈출구를 마련하십니다. 바로 흠 없는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집은 죽음의 재앙이 넘어가는(Pass over) 유월절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동시에 기억하게 됩니다.
마침내 아들을 잃은 바로는 이스라엘을 내보내지만, 곧 마음을 바꿔 군대를 이끌고 추격합니다. 홍해 앞에서 이스라엘은 무사히 바다를 건너 구원받고, 그들을 쫓던 바로와 그의 군대는 물에 빠져 자멸합니다. 이 극적인 구원의 순간, 이스라엘 백성은 ‘바다의 노래’를 부르며 하나님이 세상의 악을 부수고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는 진정한 왕이심을 선포합니다.
16-18 광야에서 마주한 새로운 질문: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그러나 출애굽기 전반부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배고픔과 목마름을 겪자마자 모세와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합니다. 믿기 어렵게도, 그들은 노예 생활을 했던 이집트가 더 좋았다며 그리워합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스라엘의 마음이 그들을 억압했던 바로의 마음처럼 완악해질 수 있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입니다. 출애굽은 단순히 물리적인 해방을 넘어, 마음의 해방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줍니다. 진정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출애굽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