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첫 책인 창세기의 서론, 1장부터 11장까지의 말씀을 함께 살펴보며, 하나님과 세상, 그리고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진리를 깨닫고자 합니다.
창세기 1-11장은 인류 전체의 근원적인 문제와 하나님의 구원 계획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배경 역할을 합니다.
창세기 전체 줄거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1-11장이 바로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는 이후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 대한 [[창세기 12-50장_아브라함의 언약과 약속]]장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중요한 연결고리입니다.
1. 완벽한 창조와 인간의 특별한 부르심
창세기는 하나님께서 혼돈과 어둠으로부터 질서와 아름다움, 선함이 넘치는 세상을 창조하시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생명이 번성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만드셨죠. 이 창조의 절정은 바로 인간, 즉 히브리어로 ‘아담’이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고, 이는 인간이 하나님의 성품을 세상에 반영하고, 그분을 대신하여 창조 세계를 다스릴 권한을 받았음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임무는 세상의 모든 잠재력을 활용하고 잘 돌보아 생명이 더욱 번성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복을 베푸시며, 세상을 어떻게 지워나갈지 선택권을 주셨습니다. 이것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인간에게 주어진 존엄성과 선택의 자유를 상징하며, 하나님이 정하신 선악의 기준을 신뢰할지, 아니면 스스로 정의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또한 생명나무는 생명의 공급자이신 하나님께 순종할 때 주어지는 생명을 의미하며, 그분을 거역할 때 따르는 죽음을 경고했습니다.
2. 타락과 즉각적인 결과
그러나 이 아름다운 시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창세기 3장에는 뱀이라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하나님께 반역한 피조물인 뱀은 인간을 꾀어 하나님을 거역하게 하려 했습니다. 뱀은 인간에게 선악을 아는 지식을 가지면 죽지 않고 오히려 삶을 얻으며 하나님처럼 될 것이라고 속였습니다. 여기서 비극적인 역설이 드러납니다. 인간은 이미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존재, 즉 하나님을 닮은 존재였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선악을 정의하기로 결정했고, 이 순간 모든 이야기는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었습니다.
타락의 첫 번째 관계적 결과는 인간 관계의 파괴였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의 연약함을 깨닫고 서로를 신뢰할 수 없게 되어 옷을 지어 입고 나체를 숨겼습니다. 두 번째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친밀감 상실이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낯을 피해 숨고 서로를 탓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은 뱀에게 평생 흙을 먹고 패배하며, 여자의 후손이 그의 머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이는 상처 입은 승리자에 대한 신비로운 약속이자, 인류의 악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구원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계획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삶의 모든 영역에 슬픔과 고통이 가득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심판도 선포되었습니다.
3. 죄의 심화와 하나님의 심판
이후 이야기는 급격히 추락합니다. 인간의 죄악은 개인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심화됩니다.
• 가인과 아벨 이야기 (창세기 4장): 아담과 하와의 아들인 가인은 동생 아벨을 질투하여 결국 들판에서 그를 죽였습니다. 이는 인류가 죄의 유혹에 넘어가 폭력과 압제를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 라멕의 이야기 (창세기 4장): 가인의 후손인 라멕은 폭력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간 사회의 타락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여러 아내를 마치 재산처럼 축적했고, 자신이 가인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복수심에 불탄다는 노래까지 부르며 죄악이 심화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 ‘하나님의 아들들’과 ‘네피림’ 이야기 (창세기 6장): 이들은 사악한 천사들이나 신의 자손이라 자칭하는 고대 왕들로 해석되는데, 라멕처럼 원하는 만큼 아내를 취하며 고대의 위대한 용사 네피림을 낳았습니다. 이는 인간이 하나님의 영역까지 침범하여 폭력과 부패로 가득한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했음을 시사하며, 인간의 오만과 타락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인류의 악함과 세상의 파괴를 보시고 후회하고 아파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호하기 위한 열심으로 홍수를 일으켜 인류의 악을 쓸어버리셨습니다. 오직 흠 없던 노아와 그의 가족만을 보호하셨습니다.
4. 새로운 아담의 실패와 바벨탑
홍수 후 하나님은 노아를 ‘새로운 아담’으로 부르시고 복을 주시며 다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새로운 시작의 소망이 생긴 듯했습니다. 그러나 노아 역시 포도원에서 술에 취해 벌거벗은 채 수치를 당하는 사건을 겪습니다. 이는 첫 아담처럼 노아 또한 죄에 노출되어 실패했음을 보여주며, 인간의 근본적인 죄성이 반복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반역과 오만은 바벨탑 사건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고 하늘에 닿는 탑을 쌓으려 했습니다. 이는 하나님을 거역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려 했던 에덴동산의 반역이 더 커진 형태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들의 교만을 꺾고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온 지면에 흩으셨습니다.
5. 끝나지 않는 소망의 메시지
창세기 1-11장은 기본적으로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옳은 일을 할 기회를 주셨지만, 인간은 계속해서 그것을 망쳐 버린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선한 세상에 살지만, 스스로 선악을 정의하기로 선택함으로써 세상에 깨어진 관계, 갈등, 폭력, 궁극적으로 죽음을 초래했습니다. 이 본문은 우리 모두가 이러한 문제에 일조하고 있음을 명확히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창세기 1-11장은 소망의 메시지도 담고 있습니다. 인류의 악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복을 베푸시고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변함없는 사랑과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강조합니다.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할 "여자의 후손" 에 대한 약속, 즉 상처 입은 승리자에 대한 약속은 이러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변함없는 소망을 제시합니다. 이는 미래의 메시아를 암시하는 신비로운 약속이며, 다음 이야기에서 그 답이 이어질 것을 암시합니다.
창세기 1-11장은 단순히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본성, 우리가 겪는 고통과 갈등의 근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끈질긴 사랑과 구원 계획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우리의 죄된 본성을 인정하고, 오직 하나님만이 생명의 근원이시며 구원의 유일한 길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피어나는 소망의 불씨는 바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변함없는 은혜입니다. 그분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셨고, 여자의 후손으로 오실 구원자를 통해 악의 근원을 이기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이 소망을 붙잡고,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며,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삶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